『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빌 브라이슨은 직업 과학자가 아니라 에세이스트다. 펴낸 책이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 산책' '나를 부르는 숲' 등이다. 과학 분야 스테디셀러를 쓴 작가의 서재에 과학책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쓰느라 너무 고생한 탓인가. 아무튼 그런 까닭에 가독성이 좋다. 지금까지 좋은 내용으로 유명한 과학 교양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술술 읽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저자가 '독자가 이 정도는 알겠지?' 라는 마음을 담고 쓴게 분명했다. 나는 꾸역꾸역 소화하는 걸 좋아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지만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생소한 용어 탓에 그렇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이미지가 전~혀 아니다.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내용이 쉽게 들어오고 설명이 자세하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난다. 다루는 주제가 얕지도 않다.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적정한 깊이로 파고들기 때문에 지루하지않다. 책을 덮는 순간 '구성과 형식이 굉장히 훌륭하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무리 어려운 책 읽는 맛이 좋다고하더라도 글은 잘 써야 제 맛이다.
여러모로 이 책은 다른 과학사 책과 다르다. 보통 과학사 책은 과학적 사건과 발견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주안점은 '그 사건과 발견이 어떤 인과관계로 묶여있나?' 이다. A사건이 B와 어떻게 이어지고 이게 어떤 연구를 거쳐 무엇을 결론짓는다. 대강 이런 식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게 발견되었는가?'에 집중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은 사회적 분위기, 과학자의 인격과 당대 과학계의 평판, 영감이 온 출처 등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Re-al) 역사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읽고 생각하기 쉬운 과학책이라는 점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서 우주 역사에서 인간의 객관적인 위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몇 억년 전 사건으로만 생각했던 빙하기와 간빙기가 내 이야기이고 멸종은 현재 진행형이며 지구와 태양이 영원하지 않을 뿐더러 언제든 작은 소행성에 의해 지구가 와그작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물론 그 전에 인간끼리 핵 전쟁을 일으켜 공멸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연약하고 하잘 것 없지만 의미를 발생시키는 (지금으로썬) 유일한 존재라는 점에서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도 엿볼 수 있는 게 덤이 되버렸다 하핳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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