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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무진기행』을 읽고

  소설은 그 시대를 담아낸다. 1960년에도 삶은 있었을 테니 문화와 도시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도시. 그 도시역시 독특한 느낌과 감성을 품어냈을 것이다. 김승옥은 본인만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그 시대를 써내려갔다. 

  『무진기행』주인공인 '나'는 30대 제약회사에 재직 중이다. 아내와 장인어른의 덕에 전무로 승진을 앞두고 휴가차 무진으로 내려간다. 무진은 그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고향이다. 그는 무진에서 고향 친구 등을 만나 여러 일을 겪는다. 하인숙을 만나 정사를 나누고 여러 심적 갈등을 하는 모습이 김승옥의 예민한 문체로 풀어진다. 그 문체를 느끼는 맛만으로도 이 글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겠으나 나는 글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신이 하인숙에게 쓰던 편지를 찢는 장면을 보며 '무진도 또 하나의 서울이었구나.'라고 느꼈다. 무진은 그에게 참담한 기억과 추억을 남긴 묘한 공간으로서 승진을 앞두고 내려간 만큼 의미가 각별하여 서울과 구별되는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낭만을 꿈꾸는 그 공간(무진)도 결국 서울에 포함되는 공간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주인공은 편지를 찢었던 것이다. 도망칠 수 없이 결국 서울로 올라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짧다. 여운이 길다. 잔잔하다. 감수성의 혁명이라 불리는 김승옥의 대표작답다. 꼭 읽어보길 바란다. 


p.s 업무 중에 읽느라 깊이 곱씹지 못했다. 꼭 다시 읽어서 그 심연까지 훑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