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수사지만 진심으로 책을 편 순간부터 제일 마지막 문장까지 쉬지않고 읽었다. 군데군데 숨겨진 반전, 훅 들어오는 세태 비판, 간결한 구성과 문장 등 이 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손원평 작가가 셰프인 식당에 초대받은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비현실적인 메뉴들에 코웃음쳤다. 뇌 속 편도체를 '아몬드'에 비유해서 책 이름이 『아몬드』였다. 편도체에 문제가 있어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그 음식의 맛을 떠나서 식상할 것 같았다. 만약 신선하다면 과한 설정때문에 어색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작가는 현실의 재료들을 묘한 비율로 버무려냈다. 눈 앞에 보이는 활자들은 분명 내가 아는 그 글자들인데, 입안에서 씹히는 기묘한 맛. 까끌까끌하면서 통쾌하고, 유쾌하면서 슬프고, 안타까우면서 느껴지는 희망의 온기. 분명 모호한데, 명확한 맛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플롯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손원평 작가의 다른 책, '서른의 반격'을 읽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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