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약용이 좋았다. 어릴 때 자주 읽었던 『만화 목민심서』가 인상깊었기 때문일까. 그는 내게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방대한 학술적 업적과 지행일치는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의 발자취를 좇아가보겠노라 다짐했었다. (전역하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마재부터 강진까지) 그 작업의 일환으로 『다산, 그에게로 가는 길』을 읽었다.
이 책은 여행기다. 정약용이 거쳐갔던 곳을,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소개한다. 분량이 적절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읽기 좋다. 정약용의 일생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우선 정약용은 '다산'이라는 호를 자주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다산초당에 들어선 다음부터 '다산'이라는 호를 사용했는데 그 기간이 길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석무 선생이 정약용을 일반인에게 소개할 때 '다산'으로 불렀기 때문에 '다산'은 대중적인 호로 자리매김 했다. 그의 호는 열수, 사암 등 다양하며 정약용 스스로는 본인을 '사암'으로 자주 칭했다고 한다.
정약용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9살 때 어머니를 여의는 큰 슬픔을 겪었고 커서는 가문 전체가 천주교 문제와 연루되어 큰 화를 당했다. 정약종은 천주를 신실하게 믿어 배교를 거부하다가 처형당했고 정약전은 흑산으로 유배보내져서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었으며 본인도 유배를 당했던 것이다.
허름한 주막집 단칸방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속에서 책을 읽는 스스로가 어떻게 느껴졌을까. 모르긴 몰라도 참혹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의제'라는 이름까지 방에 붙여가며 자신을 다잡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순탄치않은 삶 속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던 정약용.
그에게 애정과 호감을 느끼는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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