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인문학

『비트겐슈타인 평전』을 읽고

비트겐슈타인하면 떠오르는 괴팍하고 천재적인 이미지 때문에 쉽사리 그의 저서를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강렬해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그를 접하려고 시도했고 그 결과 평전을 읽게 됐다. 이 때 추천받은 책이 『비트겐슈타인 평전』이다. 레이 몽크가 쓴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 비트겐슈타인의 많은 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비트겐슈타인 연구자가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비트겐슈타인은 철강 재벌의 아들로 태어났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했지만 아버지로부터 교육적 강요가 굉장히 심했던 듯 하다. 그는 기술공학쪽으로 교육을 받다가 논리학에 흥미를 느껴(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논리학 공부를 시작한다. 얼마되지 않아서 스승(버트란드 러셀)을 뛰어넘는다. 천재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그는 정규 철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 이 덕분인지 굉장히 독창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한다.'는 명구로 잘 알려진 그의 철학은 당대 유행하던 철학 전체를 뒤흔들었다. 아직 그의 철학을 잘 모르기때문에 상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철학이 굉장히 도발적이며 강력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이 강단에서 강의할 때 재능을 보인 학생에게 '철학을 직업으로 삼지마라.'라고 조언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파격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졌다. 철학 연구를 할 때 이런 점이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를 많이 괴롭혔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사랑과 성을 엄격히 구분한다.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욕정을 느끼는 스스로에게서 죄책감을 느낀 것처럼 보인다. 윤리적으로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엄밀한 자기 감시를 한 탓에 그는 늘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사람이 많은 것을 꺼렸으며 소음도 싫어해서 생의 많은 시간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지내려고 시도했다. 이와 동시에 강한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꼈다. 이 두 성향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삶을 영위한 비트겐슈타인은 굉장히 괴로웠을 것 같다.


또한 그는 본인의 연구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을 끔찍이 두려워했다. 압박에 시달렸고 본인의 처음 저작이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자 큰 상심에 빠지기도 한다. 


평전을 읽으며 비트겐슈타인에게 연민을 느꼈다. 괴팍하고 무서운 철학자이기만 했던 그가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며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모든 언어는 그 언어가 사용된 환경을 고려해야한다고 얘기했다. 이 역시 굉장히 매혹적이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 가는 가장 편안하고 정확한 이정표라 생각한다. 이 느낌을 가지고 비트겐슈타인의 저작을 읽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