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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학

「세계사 편지」: 교과서를 찢어버리자

  어느 날 친구들과 밥을 먹는데 Transnational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Transnational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고 그  유래가 이 책이었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제도권 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가르칠 수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 있다. 고구려 역사가 우리 것이라거나, 한민족은 한 번도 침략행위를 한 적이 없다 등 그런 도시괴담이 있다. 웃기지 않은가. 이미 저 문장 자체가 모순이다. 호방한 북방민족인 고구려를 우리 역사로 편입하면서 침략행위를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에 남아있던 일본인에게 저지른 범죄들은 어떤가. 몇 만의 일본인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절대 일본의 식민주의를 비호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늘 선량했다는 듯이 포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 우리 민족은 늘 피해자였고 일본은 늘 가해자라는 희생자 민족주의가 한국인에게 문화적 유전자로 박혀있다. 그래서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인이 일본인에 대해 가해자가 된 일을 얘기하면 울컥 화가 치민다. "그들이 우리에게 한 만행은 생각 안 하냐!"며.

  생각한다. 그것도 많이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공정한 시각을 가리고 있는 '민족주의'라는 안대를 지적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낭설을 믿고 '조선인'이라면 무조건 죽창부터 찌르고 본 그 멍청한 새 X들과 '일본인'이라면 무조건 '나쁜 놈!'으로 간주하여 위협하고 실제로 살해한 1945년의 조선인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 지 모르겠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고, 그 여파로부터 50년이나 떨어진 현재 젊은이 세대가 일제의 식민침략 행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분개하며 혈변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정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의아할 때가 많다. 그래서 "네가 당한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라고 물으면, 갑자기 내게 혈변을 토해낸다. 

  그런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체가 민족에 대한 모욕이다! 라느니... 하는 선언을 쏟아붓는다. 당연히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찬양하는 입으로 민족주의를 무조건적으로 비호하는 모습이 정말 의아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보다 과거가 더 변화무쌍하여 예측하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역사는 굉장히 자주 정치적 이해에 따라 변조된다. 책은 그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진짜 진짜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일은 능동적인 삶에 꼭 필요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