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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학

동물농장을 읽고

조지오웰은 유명한 풍자소설작가다. 그의 풍자적 면모는 『동물농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메이너 동장에서 착취당하던 동물들은 돼지 '스노볼'의 지도하에 혁명을 일으켜서 인간들을 쫓아내고 동물들만의 이상사회를 건설한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던 사회에 돼지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내쫓고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후 그는 자신의 전제적 왕권을 강화시켜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기만술을 쓰며 다른 동물들을 현혹하고 선동한다. 


1. 역사를 왜곡한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내쫓은 이유를, 다른 동물들에게 납득시켜야했다. 그래서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기 시작한다. 가령 '스노볼은 인간들과 내통하여 본인의 이익만 채우려했으나 나폴레옹이 이를 저지했다.'는 식이다. 역사 왜곡과 조작은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지만 다른 동물들은 의문만 품을 뿐 그 의문을 발전시키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이 하던 일에 집중할 뿐이다. 


2. 민중선동과 무력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을 차지할 수 있던 원동력은 까마귀의 민중 선동과 사냥개들의 무력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폴레옹의 지배는 오래가지 못했거나 애초에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동물들이 항상 나폴레옹의 선전을 수용했던 건 아니다. 의심하고 이상하게 여길때도 많았다. 그런 조짐이 보일 때마다 까마귀가 날아와 '나폴레옹은 그럴 리가 없다. 라고 설득하고 결정적으로 '너는 인간편이냐?'라고 한다. 동물들에게 '인간'이란 '악이고 나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편'이라는 건 동물사회 전체에 대한 배신이자, 죄악이다. 이런 사회에서 '너는 인간편이냐?'라는 식의 낙인찍기는 일종의 심리적 협박인데, 우리 사회에서도 저런 것은 많이 보인다. 더불어 나폴레옹의 막강한 무력, 즉 개들은 다른 동물들이 나폴레옹에게 사소한 반감을 가지는 것을 일전에 방지한다. 동물들은 나폴레옹에 대해 반발하려다가도 개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면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인간 사회와 다를바가 없다는 걸 많이 느낀다. 무지한 민중은 선동에 취약하다. 책 속에서도 동물들은 인간 메이저의 착취보다 더 심한 착취를, 나폴레옹으로부터 당하면서도 '이건 인간을 위한게 아니라 동물사회 전체를 위한거야!'라는 선동에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는 '그래 동물사회를 위하여!'라고 자위하며 그 막대한 수고로움을 감내한다. 여기에는 나폴레옹이 거느리고다녔던 사냥개들의 무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힘 차이가 심하니까 모종의 불만과 의심스러운 점이 생기더라도 '아니야...아닐거야.'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만약 동물들이 본인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어 연합했다면 나폴레옹의 전제정을 몰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짧지만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령 '긍정'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자기긍정이 무조건 옳기만 한건지. 내가 기만 당하고 있는 건 아닐지 말이다. 자기착취적인 사회,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도태됐다는 이유로 '노력이 부족해!'라고 비난받는 게 당연한 것인지 의심해봐야한다. 우리를 고통스럽게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P.s) 돼지 '나폴레옹'일가는 두 발로 서기위해 노력한다. 처음에 인간을 비난하고 거부했으면서 그 인간을 따라하려고 무진장 애썻다는 건 묘한 조소를 불러일으킨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뛰어넘으려 하면서도 은연 중에 우월한 존재를 따라하고 모방하는 것... 비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그러다 거울을 보면 흠칫놀란다. 나도 그러고 있는 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