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은 많은 매체를 통해 다루어졌다. 그만큼 대한민국 현대사 중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깊은 상흔으로 남은 역사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이 광주항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개인적으로 서사를 접할 때 유심하게 보는 지점은 주인공의 태도, 가치관, 감정 등이 변화하는 곳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적어도 한번 이상 커다란 사건에 직면하고 그로인해 모종의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그 변곡점을 짚어내면 영화가 더 선명히 보인다.
이 영화의 변곡점은 주인공 김만섭(송강호)씨가 광주에서 계엄군과 독재정부의 무자비한 폭정을 목격한 일이다. 3.1운동이 조선 민중의 의식을 일깨웠듯이 김만섭(송강호)씨도 데모를 부정적으로 보다가 광주에서 직접 계엄군의 폭력을 보고 무언갈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광주의 실상을 밖에도 알려야된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졌다. '너 하나로 뭐가 바뀐다고'에서 '내가 해야한다'로 바뀐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김만섭의 유-턴이다. 그는 광주를 빠져나오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간다. 처음 광주로 들어갈 때는 돈 때문이었지만 두 번째 광주로 들어갈 때는 온전한 자신의 의지였다. 광주에서의 경험이 그를 각성시킨 것이다.
한 가지, 광주항쟁을 접할 때마다 궁금했던 점이 있다. 그 당시는 일제강점기 - 이승만 독재 - 유신체제에 이은 전두환 독재시절이었다. 대한민국 민중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를 충분히 체화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광주 시민들은 분기탱천하여 일어섰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것이 의문이다. 아이가 엉금엉금 기다가 자연스럽게 걸음마를 시작하듯이, 대한의 민주 시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않았음에도 무거운 중력에 저항하며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영화 택시운전사는 재밌는 영화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군데군데 드러나는 암시적인 카메라 기법 등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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