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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박열』을 보고 '웃음'이 떠올랐다.

  영화 『박열』은 'Anarchist from Colony'라는 영어제목처럼 식민지 백성이자 무정부주의자인 '박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형무소에 갇히고, 억압을 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교도관을 도발하고 천황을 풍자하는 등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다한다. 때로는 대담하게 일을 벌여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하는 박열. 그런 모습이, 아나키스트다웠다. 

  아나키스트는 인간이 지닌 본질적 자유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원리적으로 어떤 외부 힘도 내면에 들어설 수 없기 때문에 자유는 침해될 수 없다. 외력은, 작용하려는 대상의 허락을 받아야 비로소 내면으로 통할 수 있고 그 대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A가 자신이 가진 자유의지를 끝까지 지키도록 마음먹었다면 그 누구도 그를 통제, 지배할 수 없다. 육체는 스러지더라도 영혼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영화 속 박열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떠올랐다. 언젠가 신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의 무기는 '웃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전능한 신이 인간에게 어떤 협박을 하건 '웃음'하나면 물리칠 수 있다고 말이다. 물고문을 하고 온갖 불행을 선사하더라도 그걸 겪는 이가 모든 일을 호탕하게 웃어넘긴다면 그 외부의 사건은 당사자의 심리상태에 일말의 영향도 미칠 수 없다. 한마디로 모두 '우스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박열'을 보고 그런 호탕한 웃음이 떠올랐다. 

  또, 그는 일제를 단지 비웃기만 한게 아니었다. 극 중에 '박열'의 아나키스트 철학과, 인간 자유에 대한 확신이 많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잠시 '부럽다'는 생각에 빠졌다. 아는 걸 실천한다는 것, 삶의 중추를 저렇게 확고히 세울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p.s 보다보니 외국영화 '데드풀'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비교자체가 결례이겠지만...